본 포스팅은 현재 필자의 가장 아픈손가락이다.
제목 그대로이다.
평소 필자는 작업 데이터 관리에 아주 철저한 편이다.
작업한 모든 데이터는 한달 단위로 정리해서 시간대 별로 백업 시디를 만들고, 그 백업시디의 간지를 별도로 만들어
작업 목록을 모두 가능한 상세히 기재하여 보관한다.
사진데이터 또한 마찬가지.
거의 병적일 정도록 진행 데이터의 관리에 철처하다.
그리고 그 모든 데이터는 사내 디자인실의 보관장에서 아주 잘 보관되어 왔다.
그러나 2000년부터 2014년 까지의 대부분의 데이터는 제목처럼 유실됐다.
물론, 개인적으로 말이다.
필자가 근무했던 그 회사들에는, 누군가 파기하지 않았다면 분명 잘 보관되고 있을 것이다.
요인은 두가지다.
첫째. 필자의 직업 전향시도.
2008년 필자는 2000년부터 근무하던 "K"사와 작별을 고한다.
기분이 좋지는 않더라도 서로 얼굴 붉히며 이별하면 않되는 것인데, 아쉽게도 그렇지 못했다.
회사 창립이래 전무후무한 이야기 거리를 남기며, 좀 대단한 이별을 고했는데,
상호간 상당히 격한 상태의 이별이었다.
지금와서 생각하면 어른스럽지 못한 작별이었지만 그렇다고 후회하지는 않는 이별.
결과가 어찌되던, 그랬어야만 했었고, 필자는 실재로 그렇게 했을 뿐.
9년간 온힘을 다한 일에서 갑자기 튀어나가게 되면, 일단 이전의 일은 쳐다보기도 싫어진다.
필자는 디자인계를 떠나고 싶었다.
회사가 곧 나라고 생각하던 필자는 개인 포트폴리오의 자료를 하나도 준비하지 않았다.
과도하게 사내자료는 정리했었지만, 이직을 생각한 적은 없었던 지라,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였다.
그리고 한동안 다른 계열에서 기웃거리다, 쫄딱 거지신세가 되긴 했다. ^^ - 이때가 필자 인생 최대의 암흑기였다. -
이 포스팅 이전의 포트폴리오는 전부는 아니지만 2001년의 자료의 일부이다.
필자가 회사를 떠난 후, 함께 일했던 부사수가 필자에게 전해준 자료가 있었기 때문에 그나마 몇개라도 포스팅이 가능했다.
"팀장님 오래된 데이터 파기하라고 해서 파기할려는데,
팀장님 생각이 나서요 그냥 파기하긴 좀 그렇더라고요.
일부라도 가져다 드릴까요?"
OK~
그래서 일부라도 필자가 가지고 있을 수 있었다.
둘째. 백업 디스크의 관리 잘못.
2년간 다른 계열에서 참패를 맛본 필자는 2010년 다시 디자인계로 돌아오게 된다.
처음 시작은 홍대에 위치한 디자인 기획사.
사실 그때도 여전히 다시 디자인계로 돌아갈 생각은 없었지만, 예전 직장 동료가 다리를 놓아준 그 업체의 오너께서
너무나 꾸준히 러브콜을 하셔서 한번은 만나보자 했다가 다시 발을 들이게 되었다.
아웃도어 뿐 아니라, 화장품, 언더웨어, 언론사의 업무를 보게되었는데, 특히 언더쪽은 재미있었다.
왜냐고? 이쁜 모델 촬영을 진행하니까 ㅎㅎㅎ
이시기의 데이터 손실에는 특히나 무척 아쉬운 부분이 있는데....
필자의 경우 대부분 아웃도어 관련 디자인을 진행했기 때문에 아웃도어만 특화됐다는 선입관을 가지기 쉽개 때문이다. 그렇지는 않다.
그리고 그것을 확인할 수 있는 결과물들이 짧은 기간이지만 기획사에서 근무했던 결과물들이다.
필자를 오인할 수 있는 선입관을 풀어줄 결과물들이 유실됐다는 것이 가장 큰 손실이다.
실재로 기획사 근무시절 필자는 아웃도어 관련업무와 함께 외국계 일반기업의 카탈로그, 언더웨어 패키지, 화장품 광고,
화장품 패키지등의 업무에서 좋은 성과를 거뒀고,기획사내에서 단연 최고 수준의 결과물을 만들었다.
클라이언트들의 반응도 물론 좋았다.
L***** B** 라는 브랜드 업체에서 필자의 디자인 시안을 도용하여 이에 분개한 필자를 사장님이 진정시키는 일도 있었으니, 필자의 디자인력은 결코 특정카테고리에 갖혀있다고 볼 수 없다.
많이 해왔던 카테고리의 일이 당연히 더 수월하기는 하다.
그 이유는 그 업계의 이해도가 쌓여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신의 노하우가 쌓여 있는 디자이너의 입장에서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디자이너의 숙련도는 카테고리의 경험뿐만 아니라 자신만의 Design Processing을 만들어 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다신한번 강조하지만 자신만의 Procissing을 가진 디자이너에게 카테고리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 과정에서 디자이너 고유의 스타일이 창출되기는 하지만, 이는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안정된 스타일 하나를
가지고 가는 것일 뿐이다.
이후, 디자인 기획사를 떠나, 다시 아웃도어 회사로 입사하여 가장 오래 하던일을 다시 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 모든 데이터는 하드디스크에 담아 보관했다.
2014년 필자가 필자의 회사를 차린 이후의 데이터는 모두 잘 보관되어 있다.
그리고 이전의 데이터는 하드디스크 상태로 필자의 책장 한켠에 그냥 먼지가 쌓여가고 있었으나, 필자가 따로 확인하거나, 관리하지는 않았다.
올초, 그러니까 2019년 2월.
포트폴리오의 필요성이 절실했다.
언제고 해야지 해야지 하며 미뤄왔던 일을 드디어 시작하게 된 것.
그리고 참사확인.
6개의 하드디스크가 모두 먹통상태.
인식않됨, 오류, 오류, 디스크 깨지는 소리 끼익, 끼익, 끼익.
...
어떻게 그 기분을 설명할 수 있을까?
당시, 프리랜서로 촬영을 진행하고 있었는데, 촬영데이터를 보관하던 외장마져 빠찍.....
어찌어찌하여(대한민국에서 제일 잘한다는 전문복구업체를 통해) 촬영데이터를 담던 외장은 98%복구가 가능했으나
6개의 하드 디스크는 결국 살리지 못했다.
2019년 2월을 기점으로 필자는 별도의 백업PC를 하나 장만했다.
현재 가지고 있는 모든 데이터를 NAS하드를 장착한 백업 PC에 저장했다.
생각지도 않던 비용이 줄줄이 발생하여(복구비용등등) 미러링 시스탬까지는 장만하지 못했지만,
일단은 하드디스크 체로 다시 데이터를 보관할 수는 없었다.
언제고 여유가 생기면 NAS 시스템을 장만하고 싶지만 지금은 이정도가 최선이다.
디자이너로서 나를 보여줄 결과물이 유실됐다는 것은 너무나 치명적이다.
특히나 마흔 중반인 필자에겐 말할 것도 없다.
모든 일은 필자 스스로 자처한 것이니, 어디 하소연 할 곳도 없다.
이글을 접하는 모든 디자이너들에게 고한다.
"더 늦기전에 해야할 일을 해라"
디자이너는 말로 자기를 소개할 필요가 없다.
나의 창작물이 그냥 나 자신이기 때문이다.
필자는 15년간의 나를 잃어버렸다.
5년간의 나를 보여줄 수 밖에 없는 것이 얼마나 치명적이고, 아쉬운지는 아마 세상 누구도 모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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