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2011년 소품 패키지 (지기구조개발)
이전 글에 언급했듯이 필자는 2000년부터 2014년(초)까지의 데이터를 유실했다.
https://woomul-story.tistory.com/11
woomul-story.tistory.com
위의 링크는 필자의 포트폴리오에서 아주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으니, 이글을 읽는 사람이라면
가급적 꼭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이후 올리는 2014년 이전의 데이터는 그나마 개인 블로그등에 짬짬히 포트폴리오 카테고리를 구축하려는 의도로
몇몇 작업물을 캡쳐한 자료가 남아 있어서 포스팅이 가능한 것이다.
※ 이시기부터 필자는 IBM 기반으로 작업을 하게 된다.
기획사 근무시절 "K"사의 의뢰로 제작한 소품 패키지중 일부다.
캠핑소품의 종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던 시기가 2010년 전후이다.
주로 중국 OEM 제품들로 그 업체들의 수준에 따라 제품의 품질이 결정되던 시기다.
클라이언트사의 담당자는 새로운 지기구조의 개발을 요청했고, 이에 10여가지의 지기구조를 개발하여 제시했다.
위의 2종이 선택된 메인 지기구조다.
필자의 전공은 공업디자인.
입체물을 만지는 것을 원래 좋아한다.
그런 필자에게 새로운 지기구조 개발은 나름 재미있는 작업 중 하나였다.
즐겁게 10여개의 샘플을 개발했던 기억이 난다.
위 패키지는 전제조건이 있었다.
위의 지기구조는 종이가 아닌 칼라인쇄가 가능한 PC재질의 소재를 전재로 개발한 것이다.
당시 수입품 중에 PC재질의 깔끔한 패키지를 적용한 브랜드가 있었다.
해외에서도 상당한 반응을 일으켰던 브랜드로 필자는 그 회사 제품의 패키지 재질에 주목했다.
패키지에서 오는 느낌이 당시에 아주 참신했는데, 차분하면서도 부드럽고 튼튼했기 때문.
먼저 국내에서 이와 같은 재질의 박스 제작이 가능한지 확인 한 후, 위의 지기구조를 개발했고, 클라이언트사에 제시했다.
그리고 당부했다.
그 재질이 아니면 이 지기구조를 사용하면 않된다고, 거듭 당부했다.
필자가 일하던 기획사에서는 디자인만 했지 모든 생산은 클라이언트사의 몫이였기 때문.
그리고...
출시된 제품 샘플을 봤는데... 종이로 만들어 버렸다.
클라이언트사 담당자에게 물었다.
'왜 이게 종이로 만들어졌죠?'
위에서 복잡하게 하지 말라 해서 그냥 종이로 만들었단다.
이 대목에서 필자는 욕지거리가 목꾸녕을 넘어 입술까지 올라온다.
그럼, 적어도 나에게는 상황 전달을 해서 새로운 지기구조는 아니더라도 제시했던 지기구조중 종이를 베이스로 한
디자인을 적용했어야 했다.
이런 인사들에게 새로운 무엇가를을 제시하면서 일하는 내자신이 한없이 무능력하고 부끄러웠다.
필자를 잘아는 "K"사에 나보다 더 오래 근무했던 지인이 최근에도 이 패키지에 대해 질문했었다.
"그런데 말야, 지금도 궁금한데, 그때 왜 그거 있잖아, 그 패키지, 네가 만든거.
난 지금도 이해가 않된다.
정말 너가 디자인한거 맞아? 네가 했다고 들었는데,
그거 출시되고 얼마나 문제가 많았는지 알아?"
당연한 결과다.
위의 지기구조를 종이에 적용했다면.... 쉽게 파손됐을 테니까.
게다가 실물을 보니 종이의 재질도 어디서 듣도 보도 못한 약한 재질에 종이의 두께도 얇았다.
중국 OEM 업체에서 생산하는 재질 그대로 만들었다고 하더라.
한참을 입을 닫았다가 전말을 설명해 주고 나니 납득을 한다.
"아.. 그때 갸가(당시 담당자) 그랬고만. 어쩐지. 난 계속 이상했거든. 너가 그렇게 만들 사람이 아닌데...."
나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나의 거듭된 설명과 당부는 무시한 클라이언트의 결과물의 문제는 결국 나의
책임이 되어 있다는 것이 황당할 뿐이지만 이것이 현실이다.
몰상식하고 책임감 없는 클라이언트와 일하면 디자이너는 가끔 일의 회의를 느끼게 될 것이다.
무엇보다 필자가 의도한 결과물을 보지 못한 것이 가장 아쉽다.